모든 상황이 뜻대로만 흘러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황에선 지금 할 수 있는... 제일 최선의 선택을 하곤 하죠.
그러나... 그게 정말 최선의 선택이었을까요?
선택의 기로
w. 플러스
NPC. 쿠죠 텐
PC. 유메노 하나
(텐: 공식 화조풍월 일러, 하나: @neri_0420 님 그림)
시작하기 전에,
본 시나리오는 인외 요소가 주되어 있는 호러 시나리오입니다.
인외와 호러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열람을 재고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대표적으로 드림캐와 기타 등등이 켄타우로스 (반인반마)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또한 독자적인 룰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시나리오는 텐하나에 맞추어 지인이 작성해주신 시나리오입니다.
그렇기에 따로 스포일러 우려의 더보기 처리는 하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
선택의 기로
모든 상황이 뜻대로만 흘러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황에선 지금 할 수 있는... 제일 최선의 선택을 하곤 하죠.
그러나... 그게 정말 최선의 선택이었을까요?
*
유메노 하나는 ㅇㅇ대학 예술학부 3학년입니다. 올해로... 만 21세가 되었습니다.
하나의 전공은... 뮤지컬이네요. 그래서 가끔 집에서 노래 연습을 할 때가 있어서, 하나가 자취하고 있는 집은 학교에서는 가까운 편이지만 시내에서는 외곽 부근입니다.
이 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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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도심의 집보다는 방이 널찍한 편이에요. 그리고 방음이 잘 됩니다.
사실 하나는 이 집을 매우 싸게 얻었습니다. 그 이유는...사고매물이기 때문이죠. 그것도, 괴물에 관련 된... 그렇지만 하나는 그런 점을 그렇게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에, 넓고 쾌적한 집을 저렴하게 세 들어 사는 행운을 차지했지요.
그리고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무렵엔 하나가 그다지 염두에 두지 않았던 장점이 알고보니 하나 더 있었습니다. 이 집은 당연히 혼자가 아닌 둘도 쾌적하게 살 수 있다는 장점을요.
또각또각.
집 안에 구둣발소리 혹은... 마굿간에나 가야 들을 수 있을 법한 발소리가 울려 펴집니다. 보통 집 안에선 구두를 신지 않죠. 그렇지만... 자신과 같이 산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그는 늘 저런 발소리를 내곤 합니다. 집 안에서 구두를 신고 다니는 취미가 있냐고요? 아닙니다. 그는...


욕탕에서 막 나온 듯한 그는 수건으로 물기를 털며 바닥에 살며시 앉습니다. 앞에 소파가 있는데 굳이? 보통 인간이라면 이런 경우엔 소파나 의자에 앉겠지만, 하나의 룸메이트인 그... '쿠죠 텐' 은, 상반신은 인간이지만 하체는 말의 형상인... 켄타우로스 괴물입니다. 그래서 의자나 소파에 앉기 어렵죠.
그리고 룸메이트라고 말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룸메이트는 아주 대분류적인 표현입니다. 세세히 분류하자면... 그래요. 쿠죠 텐은 유메노 하나의 반려입니다. 인간들은 이런 말을 잘 안 쓰던가요? 가볍게는 보이프렌드라고도 하죠.
그리고 쿠죠 텐은 자신의 반려인 하나가 요즘 들어 바빠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3월의 마지막 주입니다. 그리고 12월에 학교인지 뭔지가 끝났다고 했을 시점엔, 분명히 자신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물론 목욕도 같이 했고요... 그런데 요즘은 다릅니다. 바깥 출입이 부쩍 잦아지고, 자신이 아닌 다른 것에 몰두 하는 일이 늘었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싶어 텐은 묻습니다.

하나는 이 말을 듣고 자신이 텐에게 학업 관련 설명을 하지 않았단 사실을 문득 깨닫습니다.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되니까 학생인 하나도... 새로운 마음 가짐으로 학교에 복귀할 때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4월달이면 학교생활이 새로이 시작되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딱히 설명하지 않아도 바쁜 사유를 대개 이해하고 넘어가지요. 그러나... 괴물인 텐은 학교가 뭔지 모릅니다.
하나는 텐을 바라봅니다. 그는 묘하게 불만이 있는 표정입니다. 이 표정은... 그래요. 목욕이 끝나고 몸을 말린 후, 텐의 손이 닿지 않는 등이며 허벅다리 안 쪽 같은... 곳의 털결 빗질을 제대로 안 해줬을때의 표정과 비슷하네요. ... 지금도 빼먹지 않고 꼼꼼히 해 줘야겠군요.
마침 하나가 있던 근처에는 드라이기와 텐의 털을 빗어주는 빗이 있습니다. 가져올까요? y/n

이 설명을 안 드린 것 같은데... 쿠죠 씨, 인간들은 학교라는 걸 다녀요. 더 똑똑해지기 위해서, 그리고 좋은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다니는 건데, 그것 때문에 아침마다 나갔다 오거나 그래야 해요.
학교가 끝난 12월에는 물론 쿠죠 씨와 목욕도 하고 그랬지만... 잠깐 쉬는 시간이었고, 곧 다시 거기로 가야 하니까. 그러니까... (음)
제가 쿠죠 씨의 좋은 반려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죠. (드라이기 키고... 텐을 빗겨줍니다... 털이 참 윤기가 나네요)

어쩔 수 없나... 대신, 확실히 배우고 오도록 해. ...그리고 거기 말고 조금 왼쪽이야.

쿠죠 씨는 최상의 켄타우로스니까, 저도 그에 맞춰서 최상으로 거듭나야겠지요. (빗겨줘요 ㅎㅎ)

텐은 고개를 돌리고 말했기 때문에 약간 부끄러워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하나는 눈치채지 못합니다. 서로를 완벽히 이해 할 수는 없지만, 그런 종족의 차이를 뛰어 넘을 정도로 하나를 좋아하는 듯 하네요.

하나는 텐의 등을 털결을 따라 쓰다듬어줍니다. 따스한 감촉에 텐은 아까까지만 해도 마음에 비죽 났던 가시가 녹는 기분이 듭니다. 사실... 텐과 같은 종족의 괴물들은 이런 류의 행동을 타인에게는 일절 허락하지 않지만... 하나는 텐의 반려니까요. 반려에게 허락되는 스킨십이 있는거죠. 텐은 마음이 풀린 듯 숨을 내뱉고는, 편한 자세로 고쳐 앉아 자신의 털을 정리해 준 하나가 다시 본인의 일을 부지런히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하나는 피곤했던 모양인지, 책상에 엎드리듯 어느 새 잠이 듭니다. 책상 위에는 전공에 관련된 것인지 뮤지컬 악보를 끼워놓는 파일들이 어지러이 놓여져 있네요. 텐은 그것을 쥐고 가볍게 탁탁 털어 가지런히 책상 한 구석에 놓은 다음, 자신의 등에 조심히 하나를 태워 침실로 데려옵니다.
텐은 켄타우로스 성체 중에는 제일 평균적인 신장의 괴물입니다. 그러나 켄타우로스 중에서나 그렇다는 것으로, 등에 인간을 태우는 일은 거뜬하죠. 침실에 들어와 텐은 바닥에 놓인 매트리스에 조심스럽게 하나를 눕힙니다. 구석에는 침대 프레임이 해체된 채 놓여 있습니다. 하나는 원래 침대를 사용했지만, 텐과 같이 살게 된 이후로는 침실 바닥에 매트리스를 놓고 사용하고 있는 듯 합니다.
텐은 잠에 빠져 있는 하나의 머릿결을 손으로 대강 정리해 준 후,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습니다. 좋은 꿈 꿔, 하나. ...텐의 종족은 야행성입니다. 그러므로... 텐의 하루는 지금부터 시작인 것이지요. 그러나 괴물 텐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하나는 굳이 알 필요는 없습니다.
*
4월이 되었습니다. 학생들은 다시 학교에 갈 시기. 벚꽃이 핀 등교길 풍경은 언제 봐도 마음을 설레게 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그렇게 설레는 것도 잠시, 하나는 사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요 사이 아침에 일어나서 본 텐의 입가에... 뭔가 묻어 있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었습니다. 물어봐도 대답을 피하거나, 들어도 이해를 잘 할 수 없는 이야기들 뿐. 아무리 서로 사랑한다 해도 괴물의 삶은 인간과 다른 걸까요. 하나는 복잡한 마음으로 자신의 과가 사용하는 건물의 세미나실로 들어섰습니다.
하나가 다니는 예술대학 음악학부는, 국내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대학에서는 손 꼽힐 정도로 유명합니다. 특히 뮤지컬과는 더더욱 유명하지요. 1~2학년은 보통 고학년이 경연하는 뮤지컬의 앙상블로 들어가는 일이 많습니다만, 3학년이 되면 그 뮤지컬 경연의 주체가 되어 교내에서 열리는 뮤지컬 경연에 참가해야 했기 때문에 하나는 더욱 학교 생활이 바빠질 것을 체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3학년이 될 시점에 휴학하고 공부를 한 뒤, 돌아오는 학생들도 있는 편입니다. 그래서 3학년에서는 얼굴을 잘 모르는 복학생들이 눈에 띄게 보이는 편이죠. 이 세미나도 학생들과의 교류를 위해 교수진들이 연 것으로 올해 경연 할 뮤지컬 팀 구성원도 정해지기 때문에, 모인 학생들은 약간 긴장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런 저런 평소와 같은 학술적 분위기 속에, 지루함을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학생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팀 구성원 발표 시간도 끝이 났습니다. 뮤지컬 팀은 총 3팀으로 나뉘었습니다. 그 후 3팀은 간단하게 본인들의 소개를 하기 위해, 세미나실 근처의 회의실이며 시청각실로 나뉘어 들어갔습니다.
하나는 마지막으로 선정된 팀에 속했습니다. 자리에 앉아 구성원들의 얼굴을 살펴보자, 반은 낯이 익고 반은 초면이었습니다. 3학년이면 복학생도 많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겠죠. 그러나... 거기에는 눈을 몇 번이고 감았다 떠도, 잘못 볼 리가 없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고 여태껏 본 적이 없던 밝은 미소를 지으며 본인의 소개를 하는... '그'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래요. 괴물이잖아요? 그렇지만... 이 '쿠죠 텐'은... 의자에 앉아있었습니다.
쿠죠 텐은 의자에 앉지 못하죠. 그말인즉슨... 이 텐은... 인간이란 소리겠죠? 하나는 매우 크게 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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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죠... 텐, 이라고? (중얼...)
하나는 텐의 소개가 끝나자마자 교수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귀울였습니다. 쿠죠 텐은 10대 중반에 월반하여 이 대학에 들어왔고, 2학년을 마치자마자 외국에서 음악 공부를 하러 유학을 갔다가 21살이 된 지금... 복학을 하였다고요. '천사의 목소리'로 불리는 쿠죠 텐과 같이 공연을 할 수 있는 점을 영광으로 받아들여야 한단 말도 덧붙였습니다.

하고 텐은 학생 쪽에 시선을 맞추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묘하게 시선이 하나 쪽으로 향한 것은 착각일까요? 하나는 너무나도 혼란스러워서... 이제 교수의 이야기도, 학생들의 잡담들도 잘 들리지 않습니다. 머리가 복잡하네요... 텐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겠지요. 물론... 그러고 싶지 않다면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기... 그러니까... 쿠죠 씨? (다가가서 말을 걸어봐요...) 초면... 일지도 모르는데 죄송하지만, 혹시 제 이름을 아시나요...?


외국에서 돌아오셨다고 했기도 했고...

말을 나눠 보니... 이 '텐'은 하나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모양입니다.

(하... 오자마자 어떻게 이런 일이? 다시 휴학하고 싶어요...)

텐은 상냥한 어조로 하나와 담소를 몇 마디 나누다가, 자리를 떠났습니다. 가끔 가시 돋힌 말도 하고 툴툴대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다정하고 상냥한 성격인 자신의 반려 텐과 비슷한 점이 있다면 아마... 이 점이겠죠. 그러나... 묘하네요. 마치... 이것도 소위 말하는 뮤지컬의 '배역'처럼 느껴집니다. 뭔가 숨기고 있는 걸까요?

(어쩌다이런일이.......)
오늘은 첫 주의 첫 날이기때문에, 세미나 말고는 정규 수업이 없습니다. 하나는 저녁 무렵까지 과실에서 연기나 안무 연습을 하면서 보낼 수도 있고, 일찍 집에 갈 수도 있습니다. 선택은 하나만 할 수 있습니다!

(일단 혼란스러우니 집에 가 봅니다... 앞으로 집에 있는 시간은 더 사라질 거에요. 그리고 뭣보다... 집에 있는 텐이 보고 싶습니다...)
하나는 집에 가기로 합니다. 마침 집에 있는 먹을 것이 다 떨어졌던 것이 생각나, 하나는 집 가는 길에 장을 간단하게 보기로 합니다.
여기서 질문. 하나는... 접이식 장바구니(천 형태)를 들고 다니나요?

그럼 평소보다 더 많이 담을 수 있겠네요. 하나는...슈퍼마켓에서 간단히 카레 재료를 삽니다. 양파, 감자, 당근... 그런데 오늘따라 묘하게 정육 코너가 비어있네요. 무슨 일일까요?

정육 코너에는 직원이 없지만, 그 옆의 수산물 코너에는 직원이 냉동문어를 포장하며 반값 세일 마크를 붙이고 있습니다. 이 직원에게 물어볼까요?

슈퍼마켓 직원:아, 어서옵쇼. 그게... 정육 배달트럭이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지 뭐에요? 그래서 오늘 팔 고기가 없어서 골치에요~ (하나가 든 장바구니 흘끗) 아, 카레 만드시려고? 그러면... 여기 시장 골목 외곽에 있는 정육점에 한번 가 보세요. 거긴 있을거에요. 어디냐면...그, 튀김 가게 옆이요. 거기 가라아게 맛있더라고요?
하곤 자기가 하던 일을 계속 합니다. 아무래도 고기를 사려면 정육점에 가야하는 것 같네요. 그러나 카레에는 고기만 들어 가는 게 아니죠. 버섯을 대신 넣을 수도 있고, 통조림 햄을 대신 넣을 수도 있습니다.
하나는 어떤 카레를 만들까요?

하나는 카레 재료를 사서 정육점으로 향합니다. 먹자골목으로 들어온건지, 길거리 음식들이 몇 보이네요.
즉석으로 도넛을 튀겨주는 가게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반려 텐은 도넛을 좋아했죠. 사 갈까요?

막 튀겨낸 도넛을 받아 들자, 달콤하고 말랑한 감촉이 느껴집니다. 텐이 좋아하겠어요.

한번 봅시다. 튀김 가게를 지나 정육점을 향합니다. 스쳐 지나가듯 본 튀김 가게는 묘하게, 야채 튀김만 남아 있네요.
정육점의 문 앞에는 아쉽게도, 정기휴일 이라고 적힌 팻말이 걸려 있습니다. 그런데... 문이 묘하게 열려 있는 것 같이 보입니다.

(뭐가있을거같은데)
열린 문 사이로 일단... 상황을 살펴볼까?

하나는 열린 틈 사이로 정육점 안을 살펴봅니다. 업소용 냉장고에서 나는 미세한 소음을 제외하고는 안은 매우 조용합니다.
정육점 안에 진열장 형식으로 된 냉장 보관 선반은 반쯤 열려 있습니다. 안은 비어 있지만.. 뭔가 미묘한 흔적이 있는 거 같습니다.

(여기서무슨일이)
흔적을 제대로 보려면 가게 안에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육안으로만 보고 넘길 수도 있어요. 멋대로 가게 들어가는 건 불법이니까요!

(들어갑니다)
하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엽니다. 그 후 소리가 나지 않게 살그머니 걸어가서, 선반을 열었던 흔적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이건... 뭔가 흐른 흔적인데요. 물일까요? 가게 직원들의 흔적이라기엔... 그 흔적은 매우 촉촉해 보입니다.

'물'과 유사해 보입니다.

(괴물인가...)
그 물을 만져볼까요?

안 만질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어요.

하나는 물이 흐른 흔적을 무심코 손으로 훑습니다. 이건... 그렇네요. 투명해 보이지만 물이 아닙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말캉합니다. 젤리인가? 약간 묘하네요. 손에 묻지는 않습니다.

더 이상 이 곳엔 볼 수 있는 건 없어 보이네요.

하나는... 고기를 얻지 못했습니다. 급한대로 튀김 가게에서 튀김을 사서 튀김 카레를 하거나, 아니면... 야채 카레를 하는 방법 뿐입니다.
다행인 일은, 반려인 텐은 잡식성이기에... 고기가 들어간 음식이 아니어도 좋아하는 편인 것이죠. 고기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요.

하나는 아주 바삭한 야채모듬 튀김을 샀습니다. 카레를 끓인 뒤 얹으면 아주 맛있겠어요!
하나는 집으로 갑니다.

하나가 집으로 돌아오는 소리에, 다닥 하고 발굽 소리가 들립니다.




오늘은 카레에 고기가 안들어갈 것 같아요. 고기 트럭이 괴한한테 습격당해서... 그 옆 정육점은 또 어떤 괴물에게 습격당한거같고...
그래도 열심히 만들게요. (아! 카레는 고기인데)



무슨 일일까요? 아니, 사실 텐이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건 늘 있는 일이지만... 오늘은 왠지 묘하네요.
하나가 만든 튀김 카레는 대성공이었습니다. 텐은 아까 불편한 기색은 어디 간건지, 맛있다는듯 웃어주었습니다. 화목하게 식사가 끝난 후 텐은 하나와 같이... 목욕을 하고 싶은 기색인데, 하나는 내일 수업 준비가 이른 시간에 있다며 거절하네요. 대신 먼저 들어가 간단히 샤워를 합니다. 가끔 발굽으로 욕실 문을 긁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것도 늘 있는 일이죠.

하나의 빗질 기술은 날이 갈수록 대단해지는 것인지, 텐은 묘하게 오늘따라... 뽀송해집니다. 털결에도 윤기가 흐르구요.





하나가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텐은, 옆 자리에 앉아 하나가 뭘 하는지 그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여기까지는 평소와 같은 행동이지만... 텐은 약간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표현하지 않았으므로 하나는 알지 못했습니다.
하나는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잠이 드나요?

(구태여 자는 척을 함으로서 속이는 것보다는, 잠에 들지 못했다는 것일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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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텐의 품에 꼬옥 안겨 자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그럴때 눈을 떠 보면 텐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곤 하죠.
그런데 텐은... 이번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서 짚히는 게 있었던 걸까요? 보통은 하나가 잠에 빠져든 후에야 깊이 잠든 걸 확인하고 슬쩍 밖으로 나가는 그였지만... 이번에는 하나가 잠이 들기도 전에, 자신의 상반신을 메우던 촉감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텐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요. 하나는... 언젠가는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언젠가는 지금은 아닙니다. 하나는 텐이 밖으로 나가는 소리를 듣고는 잠이 밀려들어와... 잠에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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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한지도 벌써 3주입니다. 그정도로 시간이 흘렀네요. 그 날 이후로, 텐은 자신이 잠들기 전에 나간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직 그 날의 이유를 물어보지 못한 상태입니다.
전공 수업은... 뮤지컬 공연 대본에 맞춰 배역이 정해지고, 연습에 막 들어갈 시기입니다. 1학기가 끝나면 교내 공연을 하고, 2학기가 끝나면 그 공연에서 퀄리티를 더 높여서 학교 측에서 한 뮤지컬 공연장을 대관해 공연을 하죠. 그래서 1학기의 교내 공연도, 교내 사람들만 본다고 허투루 할 수 없다는 소리가 되죠.
당연하게도 하나가 속한 뮤지컬 팀의 주인공 배역은 쿠죠 텐이었습니다. 쿠죠 텐은 놀라운 가창력, 강렬한 퍼포먼스, 그리고 마치 배역이 본인인마냥 녹아드는 연기력... 뭐 하나 빠짐없이 완벽 그 자체였습니다.
같은 팀은 같은 연습실을 쓰기 때문에, 하나는 주연 배역을 맡은 인간 쿠죠 텐과 마주치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리고... 쿠죠 텐은 하나의 실력을 좋게 봤는지, 자주 연습 관련으로 말을 걸어오곤 했습니다.

아쉽네요. 왜 유메노 씨 같은 잘 하는 사람이 준조연일까. 그래도 뮤지컬은... 한 막에서만 나오고 마는 엑스트라 한 명이라도 서툰 몸짓과 연기를 하는 순간 퀄리티가 극도로 저하되는 군중극이에요. 그 점에서 생동감 있는 유메노 씨의 몸짓은... 참 좋네요.
인간을 뛰어넘는 천재로 유명한... 뮤지컬 배우 쿠죠 텐은, 일 관련으로는 아주 프로페셔널하고 까다롭기로 매우 유명했습니다. 그러니 그가 맡은 모든 극이 최고로 손꼽히는 것이겠지만... 사실 같이 일하는 입장에서는 괴로운 점도 많았습니다.
특히 모든 일에나 완벽한 그는 자신과 같이 일하는 사람 중...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을 절대로 용납하지 못했습니다. 그 점에서 평소에 상냥한 말투를 뒤집고 맹렬하게 비판적인 어조를 내 뱉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 인간 텐을 처음 본 하나는 ... 역시 쿠죠 텐 맞구나 하고 납득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하나는 반려 텐이 그렇게까지 날카로운 눈빛으로 누군가를 쏘아붙이는 일을 자주 본 일은 없었습니다. 왜냐면, 본인들의 관계는 100% 사적인 관계였고, 그렇기에 반려 텐은 하나에게 그런 태도를 취할 까닭이 없었으니까요. 가끔 그런 행동을 했을때는... 보통 하나 본인을 향한 것이 아니었고, 자신의 동료에게 무언가 비판점이 있을때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그 동료 둘은 통 집에 오지 않네요.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걸까. 하나는 문득 생각했습니다.

(근데 이 짓을 1년이나? 2년이나? 캄캄해집니다... 아냐... 그래도 버티자... 나는 강한 사람입니다...)
그런 말을 몇 나누다가, 텐은 본인 파트 연습을 마저 할 생각인지 연습실 한 구석으로 가 목을 가다듬었습니다. 하나의 연습 차례는 오늘은 끝났습니다. 하나는... 연습을 지켜 볼 수도 있고, 집으로 돌아 갈 수도 있습니다.


그 포근함에 나는... 그 꿈 속에 살고 싶었어...
텐이 맡은 배역의 노래하는 파트입니다. 매우 쓸쓸하게 들리네요.

(그 말을 듣다가... 좋아요. 집으로 향합니다.)
하나는 텐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나요?

(어떤 감정을 느낀다, 라기 보다는 그냥... 설령 제 반려의 인간 모습이긴 하지만 쎄한 부분이 조금 있기도 하고. 아직까지는 제 반려에게 훨씬 더 끌리네요. 호감을 가짐직 하고, 가까운 사이는 된 것 같습니다만 아직은 조금 어렵습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하나는 집으로 곧장 가나요?

(반려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털의 감촉이 그립습니다)
하나는 집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늘 마중 나오던 발굽 소리는 들리지 않네요.

집 안을 살펴봐도, 반려 텐의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하나가 쓰는 책상에 종이 쪽지 하나가 놓여져 있네요.

일이 생겨서 좀 늦게 올 거야. 절대로 밖에 나가지 마. -텐-
하고 적혀 있습니다. 하나는 텐과 동거하게 된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에... 연락 수단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니 혹시 몰라, 예전에 글씨 쓰는 법을 알려준 적이 있었죠. 그때 텐이 썼던 글씨체입니다. 이 것은... 자신의 반려가 쓴 것이 맞네요.
하나는 그 메모를 보고 집안을 살펴봅니다. 창문은... 이상하네요. 평소에는 열려있는 창을 포함해서 빈틈없이 걸쇠로 꽉 잠겨 있습니다. 텐이 한 것일까요?

하나는 예전에 텐이 했던 말을 떠올립니다. 밤은 인간에게 위험하다고 했죠. 정육을 운반하던 트럭이 습격 당한 사건과 연관이 있는걸까요? 하나는 여기서 가만히 기다리느냐, 아니면 잠을 자거나의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밖에 나갈수도 있지만, 텐이 나가지 말라고 했는걸요. 하나는 반려의 경고를 무시하는 타입은 아닐겁니다.

하나가 할 공부는 1. 전공(뮤지컬) 관련 / 2. 교양 관련 중에 어떤것일까요?

대학생이 졸업 기준을 맞추려면 전공 수업만 들어서는 불가능합니다. 일정 이상의 교양 수업의 점수가 필요하죠.
하나는 자신이 듣는 교양 과목중 하나인, 이종족학에 대한 공부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세계, 아니, 이 나라는 인간 외의 종족, 즉 이종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물론 분류는 인간이 아닌... 동물로 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위험한 종류로요.
하나가 받은 유인물 중 하나엔, 대표적인 이종족의 분류가 적혀 있습니다. 그 중 켄타우로스도 있는 것 같네요.

켄타우로스. 인간의 상체와 말의 하반신이 특징인, 신화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메이저한 이종족 개체이며 육식계이다. 주 된 주식은 생고기. 그러나, 핏물을 뺀 고기를 급여하면 영양실조에 걸릴 확률이 높으므로, 가능하면 개체를 통째로 던져 주는 것이 좋다.

하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본 텐의 모습을 기억하나요?

요즘 텐은 입가에 뭔가 자주 묻히고 돌아오곤 했었습니다.

(지금까지 제 반려에게 밥을 잘못줘버렸다는 걸 자각해요......... 고기 트럭 습격한 것도 그쪽인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맞나? 혼란스러워요)
(돌아오면 사과해야겠어요 아~)
하나는 반려에 대해서 잘 모르던 사실을 깨닫습니다. 미안해라... hp 체크는 따로 하지 않겠습니다.
다른 분류도 적혀있네요. 읽어볼까요?

분류는 세세해 다 읽기도 힘듭니다. 그 중에서 제일 연구가 많이 된 편인지, 슬라임에 대한 항목이 유독 설명의 분량이 많네요.

슬라임. 슬라임은 대개 투명하며 점액질의 몸을 가진 비정형 이종족을 통틀어 말한다. 잡식성. 대부분은 본능으로 움직이며 지성이 없지만... 가끔 지성이 있는 존재도 발견된다. 가엽게도 지성이 있는 존재는... 자신을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본인의 '육체'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변의 생명체를 습격해 몸을 뺏으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도 있어 매우 위험하다. 시간이 지나도 마르지 않는 물기가 남아 있는 부근이 있다면, 그 곳은 슬라임이 지나간 흔적이다. 그러므로... 가급적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인간으로 둔갑한 슬라임은 아주 정교하여 알아 채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며, 제일 쉬운 방법은 불시에 눈을 찌르는 것이다. 그러나 그 개체에 접근해야 가능한 방법이라 매우 위험도가 높다.
슬라임은 그 부분이 눈이 아니기에 눈을 찔려도 눈을 감지 않는다. 라고 밑에 부연 설명이 적혀있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게 있습니다. 읽을 게 더 있을까요?)
딱히 없습니다.

하나는 공부 한 것을 잠깐 덮고, 스트레칭을 합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어쩐지, 인간이 아닌 것 같고, 둔갑한 것 같은... 그런 심증이 드는 것 같아요. 내일 눈을 한번 찔러 보고 싶네요....)
(제 반려랑 똑같이 생긴 인간의 눈을 찌른다니 좀 웃기기도 한데...)
역시 아까 기회가 있을 때, 인간 텐과 좀 더 대화를 나눠 볼 걸 그랬나... 하고 하나는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어쩌겠어요. 이미 집에 와 버렸으니... 반려 텐은 당분간 오지 않을 거 같습니다. 씻고 일찍 자 둘까요? 그 전에, 전공 공부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하나는 전공 수업에서 받은, 스프링으로 고정된 악보 모음집을 꺼냅니다.
하나가 속한 팀에서 하는 공연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만들어진 괴물에 관련 된 이야기죠.
사실 하나가 맡은 배역 상... 딱히 개인적으로 부르는 파트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이 참여하는 노래에만 체크를 해 두고 그쪽 위주로만 확인을 했지만, 하나는 문득... 아까 인간 텐이 부르던 노래 넘버가 궁금해졌습니다.

그 넘버는 텐 혼자만 부르는 넘버입니다.
제목이... '난 괴물' 이군요.

(머리 싸매요.... 의심이 점점 확신으로;)
하나는 노래 가사를 몇 훑어봅니다.
...왜 난 모두에게 괴물이라 불려야 하나
내게도 심장이 뛰는데 이 슬픔을 참을 수 있는가
피는 누군가의 피 살은 누군가의 살
나는 누군가의 피와 살로 태어났네...

대략 이런 내용의 넘버입니다.

배척할 필요가 있는가... ... (눈아파서 잠시 미간 꾹 누릅니다)
하나는... '인간 텐'에게 무슨 감정이 드나요?

제 반려는 하반신이 말인 모습의 켄타우로스, 쿠죠 텐입니다. 그뿐입니다. 동정감은 들지만, 연애감정은 들지 않네요.)
그렇군요. 하나는 여러가지 추측을 곱씹습니다만, 사실을 판명해 줄 두 '텐'이 곁에 없기에 그저 추측일 뿐입니다. 그렇게 하나는 슬슬 자리를 정돈하고 자려고 하던 때에...
똑똑

...누구세요?
...하나.

자꾸 이거 빼먹네 아무튼... 문 밖에서 들리는 소리는 자신의 반려 쿠죠 텐의 목소리입니다.
그런데... 신기하네요. 텐이... 문에 손으로 '노크'를 한 적이 있던가요?

그...
발굽으로 현관문 한번만 두드려 봐요. (무리수;)
발굽? 하나도 참... 그래, 텐은 그렇게 하는 모양이지. 실수했네.

?????????
뭐야 당신... 누구에요.
...당연하잖아? "쿠죠 텐"... 나야, 하나.

그렇게 말하고는, 아까와는 달리 문에 발굽 소리를 내며 두드립니다. 그러나... 평소와 두드리는 방식이 다르네요. 텐은 보통... 긁잖아요?

(씁.... 이거 열어줫다간 안될것같아요.... 뭔가 수상합니다. 아닌 것 같습니다....)
(집에 기다란 장대가 있던가? 대걸레 들고 와요)
그걸 왜? 아무튼 하나는 열어주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애초에, 텐은 현관문으로 들어오지 않으니까요. 보통은 늘 열려 있는 창문으로, 높이 뛰기를 하듯 훌쩍 들어오곤 하죠. 지금은 창문이 다 닫힌 상태라 현관으로 들어오는 것이 당연하긴 합니다만...
...그렇네요. 텐의 현관문이나 다름 없는 창문이 다 닫혀져 있습니다. '텐'은 이 곳에 들어 올 수 있을까요?
그때 문득 하나는 깨닫습니다. 이 창문, 정말로 '텐'이 닫은건가?

...하나는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집 어딘가 평소와 다른 점이 없나 찾아봅니다.
부엌, 거실의 소파와 의자, 책상. 그리고... 침실. 그러고보니, 오늘 침실에 한번도 들어가질 않았네요. 하나는 침실을 바라봅니다만 그곳은... 묘하게... 문이 살짝 열려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열려 있는 문을 최근에 본 것도 같은데...

(열려 있는 문 새로 살짝 훔쳐봅니다. 그럼 아까의 그 현관문의 텐은 누구인가요?????)
글쎄요? 하나는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현관 부근을 무시하곤 침실 부근을 살펴봅니다. 아... 평소에는 열려져 있지 않던... 작은 창문이 살짝 열려 있습니다.
이렇게 작은 창문으론 '텐'은 들어 올 수 없겠네요.

(알려주세요, 거기엔 무엇이 있나요?)
창문 근처에는... 묘하게 물기 어린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하...!
그래요. 하나는 여기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1. '텐'이 드나들던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간다. 2. '텐'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이런 걸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 하는 걸까요. 하나는 자신이 알고 있는 반려 텐과, 인간 텐의 정보가 뒤섞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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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
-hp 5
하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
...(집에 계속 있을 수는 없습니다. 대충 가방과 예의 대걸레를 챙겨.... 창문으로 나갑니다.)
하나는 현관의 있는 '텐'을 뒤로 두곤,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갑니다.
이 창문 바깥에 있는 장소는, 하나가 텐을 처음 만났던 장소인... 도시 외곽에 있던 숲과 이어지는 길이기도 합니다. 이 곳은 가끔 야생 켄타우로스가 나오는 곳으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하나는 이 구역에 거주하는 켄타우로스의 반려인 이상, 지금 정체를 모르겠는 '텐' 과 마주 하는 것 보다는 켄타우로스와 마주치는 게 안전할 지도 모르죠.
...하나는 숲 속으로 들어가나요?

시간이 꽤 늦었습니다. 어둑한 숲 속으로 하나가 발길을 옮깁니다.
...그 때, 흙바닥에서 다닥 하는 발굽 소리가 들립니다.


그 발굽 소리의 주인공은... 쿠죠 텐입니다. 하나를 보고는 속도를 높여서 달려오네요.


하나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1. 누구보다 빠르고 남들과 다르게 텐의 눈 부분을 안 아프게 누르기. 2. 꼬오옥 안기기.

실례좀... 할게요... 잠깐... 확인해보는 거니까... (눈가에 손을 댑니다.)
하나는 아주 살짝쿵! 혹시라도 아프지 않게 눈가에 손을 대 꾸욱 누릅니다.


다행인건지, 텐은 순간적으로 눈을 감았다 뜹니다. 아무래도 눈 앞의 텐은... 진짜 반려인 텐인 거 같네요. 그리고 그는... 묘하게 화가 난 표정입니다.


제 얘기도 좀 들어주세요. (지친 기색으로 그의 상반신에 기댑니다.) 집에, 쿠죠 씨를 사칭하는 누군가 와서 현관을 두드리는 바람에, 도망쳐 나온 거니까...

텐은 자신의 등 부분을 하나에게 보여줬습니다. 텐의 등에 타는 것은 오랜만이네요.

쿠죠 씨는... 대체 뭘 알고 계신 거에요? 나가서 뭔가 묻혀오는 건 대충 알겠는데... 대체 그거 말고, 뭘 알고 계셨던 거에요.

그 차질이 생긴 이유를 알아봤을 뿐이니까.

그러니까, 제발 제 옆에 계속 있어 주세요... 떠나지 마세요.
절 불안하게 하지 말아주세요.

쿠죠 텐:...(슬그머니 바라보다 한숨을 폭 쉬며...) 하나. '우리'는 말이지... 인간들이 소위 말하는 '생고기'는 고기로 취급 안 해. ...인간이 유통하는 생고기는 보통 피를 뺀 날 것의 고기잖아. 먹어봤자 영양분이 안 되니까.
그러니까, 뭘 생각하는지는 알겠는데... 잘 못 생각하고 있는거야.
그리고, 왜 떠나겠어? ...반려와의 보금자리가 여긴데.
텐은 하나 쪽으로 고개를 돌려, 살짝 웃어보입니다. 아무래도 그 고기를 탈환한 범인은 켄타우로스가 아닌 모양이네요.

그렇게 말을 하며 텐은 발걸음을 멈춥니다. 이 곳은... 하나가 다니는 학교 근처의 뒷산입니다. 바로 내려가면, 예술대학에서 주로 창고로 사용하는 헛간이 있습니다.



제 학교에서 쿠죠 씨랑 엄청 똑같은 모습을 한 사람이 이번에 같은 학년으로 들어왔어요. 쿠죠 씨에 꼭 발만 달린 그런 모습이... 쿠죠 씨는, 인간이 자신과 똑같이 생겼다는 말을... 야오토메 씨와 츠나시 씨에게거나, 누구에게나 들어본 적은 없는 거죠?

요컨대 '목적이 있어서' 타인을 흉내낸다는거 아니겠어. 그러니... 들어보도록 할까. 왜 '나'를 따라했는지를.
하나는 텐과 함께 대학 근처 부지로 내려왔습니다. 눈에 보이는 헛간은 묘하게... 습기가 차 보입니다.
텐은 하나를 내려준 뒤, 헛간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텐은 그렇게 말은 했지만, 성큼성큼 헛간에 다가가 문을 엽니다.

헛간은 매우... 그렇습니다. 텐이 말한 만큼 역겨운 광경입니다. 보관된 모든 물건엔... 투명한 점액질로 뒤덮여있습니다. 묘하게 달콤한 향기가 나는 것이 매우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오래 보기엔 정서적으로도 매우 불쾌한 광경입니다. 텐은 점액질 하나를 대강 만져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문을 닫습니다.

텐은 표정을 부드럽게 정리하곤, 하나를 바라봅니다.


...지금은 나 혼자고... 내 동료들은 다른 곳에 있어. ...반려 앞에서 이런 말 하기 좀 그런데... 나, 완력으로는 그다지 자신이 없어서. (조금 자존심 상한단 표정) 일단 오늘은 이쯤에서 철수하고... 집 말고 갈 만한 데 있어? 하나.
하나는 지금 상황에서 갈 만한 곳을 떠올립니다. 일단 머리 속에는 뮤지컬과가 사용하는 과실, 연습실 정도입니다. 모두 학교 안의 장소네요...

갈 수 있습니다. 예술대학의 특성 상, 과실은... 24시간 열려있죠....
그리고 연습실도 과실의 일부이므로, 갈 수 있습니다.


텐은 그렇게 한마디 하고는, 훌쩍 담을 뛰어넘어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누구에게 보인다면 청소중이라고 둘러대도 되겠죠)
과실에는 다행히 아무도 없습니다. 연습실은 가끔 노래소리가 새어 나옵니다. 학교에서 야작하는 학생들 대부분이 연습실에서 연습하는 모양이에요.
하나는 그 중에서 3학년 과실에 들어갑니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캐비닛을 여니, 안에서 가끔 학교에서 야작할때 사용하는 담요와 목베개가 나옵니다. 야작을 하면 과실에서 자는 사람이 많죠. 그러니... 하나도 학교에서 자는 거 정도는 익숙합니다. 물론, 자취방이 근처니 자주 하진 않지만요.
그리고 하나는 과실의 캐비닛을 살펴보다가... 특이한 점을 발견합니다. ... 분명히 학생 아니었나요? 쿠죠 텐의 이름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신을 부여잡고.... 캐비닛을 유심히 살펴봐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분명히 그는... 교수님이 소개도 해 줬고... 어라? 약간 혼란이 옵니다. 캐비닛은 인원수대로 알맞게 놓여져 있습니다. 총... 32개인데요. 좀 이상합니다. 분명히 3학년 총 인원은 33명이었을텐데.
하나는 연습실을 들여다 볼 수도 있습니다!

(연습실을 봐요)
연습실 안을 빼꼼 들여다보자, 하나와 같은 조인 3학년 학생 5명 정도가 무대 동선과 안무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연습실 문이 열린 걸 깨달은 동기 한 명이 하나를 발견하자 마자, 반갑게 맞이해줍니다.
같은 조 학생:아, 유메노잖아. 연습 하러 왔어?

쿠죠 텐 씨... 어디 계신지 아세요?
같은 조 학생:...쿠죠 텐? 그게 누군데? ...조교?

다른 과 학생이라 모를 수도 있겠지만... 감사해요! 다른 분께 물어볼게요. (대충 둘러대고 호다닥)
하나... 하나만 더 물어볼까요? 무엇을 연습하고 있는지.

그러고 보니, 뭐 연습하고 계세요? (빼꼼)
같은 조 학생:...뭐긴, 레미제라블 군중 씬인데... 아, 유메노는 여기 등장 안 해서 모르겠구나. 하긴... 코제트 역이니까.

(...그럼 프랑켄은 무엇이었던 건가요? 원래 하려던 게 레미제라블이었다면.... 지금까지 헛것을 보고 있었다는 걸까요?)
글쎄요... 아무튼 하나는 뭔가 이상한 점을 느끼며 문을 닫고 나섭니다... 그런데 눈 앞에, '텐'이 서 있네요.

이 텐이 어떤 '텐'인지는 하나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자신의 반려 텐은, 하반신을 인간의 것으로 바꾸는 일은 못 하니까요.



대체 저한테 뭘 바라시고 접근한 거죠?


...왜 난 모두에게 괴물이라 불려야 하나. 내게도 심장이 뛰는데 이 슬픔을 참을 수 있는가. 피는 누군가의 피, 살은 누군가의 살. 나는 누군가의 피와 살로 태어났네. 라는.
당신의 정체를 알고 있어요. 트럭을 습격한 것도, 정육점을 털은 것도 당신이죠.
어째서 고기를 다 가져가고 계신 것인지.

나의 신이여, 말해 보소서...대체 난 뭘 위해 만들었나, 단지 취미로 호기심에 날 만들었나...
숨을 쉬는 나도 생명인데...왜 난... 혼자서 여기 울고 있나 여기 버려진 채로...정녕 내겐 태어난 이유가 없나...
(그렇게 말하며 하나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그 누구도 아닌 나의 소중한 사람을 흉내냈기에, 내가 당신의 편을 들어줄 수 없을지도.
내게 소중한 사람은 단 한명 뿐이에요. 한명인지, 한마리인지 할 수 없겠지만... 당신이 진짜 인간이 되어 온다 할지언정 내가 쿠죠 씨... 아니, 텐과 함께 쌓은 추억은 공유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그런 흉내는 그만두세요.



미련한 존재네요, 당신은.




그렇게 말하며 분홍빛을 띈 그 슬라임은...매우 뾰족한 형태로 변해, 하나를 공격하려고 시도합니다! 여기서, 아까 판정하고 남은 hp를 소모해 그의 공격을 피할 수 있습니다. 1d2로 1은 성공, 2는 실패입니다. 피하는 수가 10번이 넘으면 다음 페이즈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rolling 10d2
(+++++++++)
2
1
1
1
2
2
1
1
2
1
14
총 6번 성공했습니다. 하나는 가뿐히 슬라임의 공격을 피합니다. 4번 정도, 살짝 하나가 입고 있던 옷을 찢습니다.

rolling 4d2
(+++)
1
2
1
1
5

rolling 1d2
()
1
1
하나는 슬라임의 공격을 여러 번 피해냅니다. 이렇게 대치 한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요? 슬라임의 묘하게 움직임이 둔해진 거 같습니다. 지친 걸까요?


하나는... 여기서 한가지 선택만 할 수 있습니다. 1. 건물 안 다른 방으로 도망간다. 2. 건물 밖으로 도망간다.

하나는 밖으로 나갑니다. 아마 '텐'이 이 근방으로 왔던 것 같은데... 어둠 속이라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역시... 광원에 영향을 잘 받지 않는 괴물들이 유리하겠죠.

(일단 탁 트였으니까..... 하아ㅜ)
...하나는 일단 학교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이 근처에 있다 보면... 반려인 텐이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겠죠. 그렇게 달리던 와중, 무언가에 말랑한 것에 닿은 기분이...?
(hp가 남았기 때문에 판정 생략) 아, 이 감촉은 알 수 있습니다. 이건... 자주 쓰다듬던 감촉입니다. 아까도 만졌었죠. 켄타우로스의 하체 부분. 그것도 허리 부분.
rolling 1d3
()
1
1
그런데... 이 감촉은 '텐'...하고는 좀 다른 거 같네요.



그렇습니다! 이 목소리는... 텐의 동료이자, 텐이 속한 켄타우로스 무리의 대장인 야오토메 가쿠네요. 하나는 이 괴물대장을... 꽤 오랜만에 보는 거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나니 더욱 반갑네요.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가쿠는 자신이 바라보는 반대 방향으로 하나를 툭 밉니다. 그곳에는...
rolling 1d2
()
2
2
아. 텐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 아니죠. 덩치가 매우 큰 켄타우로스가 있네요. 밀려진 탓인지 그의 등허리 쪽에 하나는 폭 하고 엎어지고 맙니다.




그리고 그 옆에 있었던 하나의 반려... 텐은 혀를 차며 하나를 자기 쪽으로 끌어 당깁니다. 텐은 동료들을 부르러 갔던 거 같습니다. 무슨 일이 있기 전에... 무사히 도착해서 다행이네요.





그 후, 악당의 최후는 굳이 구구절절 말해줄 필요는 없겠죠. 약자에게만 휘둘러지는 칼날은 별 거 없습니다. 자포자기의 심정인지 맨 앞에 나와있던 류노스케에게 덤벼든... 슬라임은, 류노스케가 휘두른 주먹에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슬라임은 형체가 없어 보여도, 안에 장기가 있는 비정형 생물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몸이 완전히 '박살'이 난 슬라임은, 죽어가며 텐에게 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텐은 그저 인간이 반려인 괴물일 뿐이죠. ...슬라임만 불쌍하게 됐네요.
물론 한 행동에 비하면, 당연한 처사이지만요. 그렇게 텐이 인간과 괴물로 둘로 나뉜 해프닝은 결국 둘다 인간이 아닌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물론 진짜 인간 '쿠죠 텐' 이 존재하기는 하겠죠? 그러나... 그 인간 쿠죠 텐은 인간 유메노 하나의 반려가 아닌걸요. 뭐, 괴물인 유메노 하나의 반려라면 몰라도요. 그러니 인간인 하나하고는 만날 일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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